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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delion Rider 2026 Glazed Ceramic 17x21.5cm.jpg

EUNJIN KIM

김은진

 

미미微美  ​

2026년 성남예술인 예술창작활동

공모 당선전

 

​Sep  12 - Sep 20, 2026

​10 am- 6 pm

성남시 로고.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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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합니다."

김은진 작가는 회화를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불확실성과 유동성 속에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 있는 유기체’로 탐구해 왔습니다. 초기「X-ray Painting」 시리즈에서 이미지를 쌓고 지워내며 해체와 허무, 포착할 수 없는 잔상에 주목했다면, 생의 변곡점을 지나며 그녀의 작업은 일상의 사소하고 미세한 순간들을 붙잡아 머물게 하는 충만한 시선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품 안에 들어오는 30cm×30cm 안팎의 세라믹 회화 및 부조 연작을 선보입니다. 흙과 유약, 소성의 시간을 거친 세라믹은 캔버스 평면과 결합하거나 그 자체로 부조가 되어, 찰나의 감각과 정서를 응축된 밀도와 입체적 구조로 전환합니다. 작고 내밀한 화면 속에 삶의 미세한 떨림과 마법 같은 일상을 담아내는 김은진의 작업은 평면과 입체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회화의 본질적인 생명력을 새롭게 환기합니다.

안으로 들어가 다시 세계로, 다시 다음으로

이문정(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기분이 좋고, 어느 때보다 순수하고 고귀한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내 기억 속에는 열 개, 백 개,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이 나름대로 아름답고,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1)

정말 절대적으로 나쁜 순간들은 포착할 게 아무것도 없는 순간들, 우리가 정신의 하늘로 가져갈 만한 어떤 것도 포착할 수 없는 순간들이다.2)

“삶”이란 무엇일까? 매일 아침 눈을 뜨고, 매일 저녁 눈을 감기를 반복하는 하루하루가 쌓인다. 우주 속 지구의 어느 한 지점에 살고 있는 미미한 존재 중 하나인 나. 그러나 각자에게는 자기 삶이 하나의 “우주”이고 자신이 생의 중심이다. 질서도 혼란도 모두 소유한 수많은 나의 시간과 나와 얽힌 존재들의 시간. 기쁘거나 슬픈, 크고 작은 밀물과 썰물이 밀려 들어오고 나가는 순간들은 내 안에 기억된다. 어떤 것은 깊이 새겨지고 또 다른 어떤 것은 금세 잊힌다. 그리고 작가의 손이 그것들을 만든다. 그린다. 하루하루의 일과를 적어 내려가는 일기는 아니다. 그렇다고 하기에는 작품에 담긴 세상이 너무나 꿈결 같다. 작가가 만든 하루들의 장면은 어느 순간 환상적인 풍경이 된다. 실재했던 일을 오차 없이 복제하는 게 기억이 아니라서 그런 것인지, 작가가 기억에 상상을 더한 것인지 모호하지만 굳이 분류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기억하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고 기억이라는 토대가 있어야 상상하기가 가능하다. 작가는 그렇게 작업실에서의 시간을 보낸다.

몸의 상반신이 “꽃”들로, “빗방울”로, 바다로, 언젠가의 하루로, “우주”로 그리고 “몽상”으로, 때로는 “저항”으로 채워진 인물은 세계에 감응하고 그것을 내면화해 작품에 담아내는 작가, 아니 작가이기에 앞서 세계 속 존재로 살아가고, 기억하고, 상상하는 김은진의 모습이다.―<The Fainter> 시리즈(2026)―

김은진은 꽤 오랫동안 회화가 “유동성과 불확실성, 유일성을 전제로 하는 미지의 공간”이라는 전제하에 형식적이고 매체적인 실험을 지속해 왔다. “회화적 정체성”은 작가에게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다. 누군가는 하나의 장르와 주제에 집중해 왔다고 생각하겠지만 회화 그 자체에 대한 탐구는 깊고 깊은 만큼 넓고 넓다. 재현과 추상, 미메시스와 형식, 평면과 입체, 화폭의 안과 밖은 어느 하나도 다루기 쉽지 않다. “이미지의 층, 쌓기, 밀어내기, 무화, 해체, 얼룩과 흔적, 포착 불가능한 대상, 언어화할 수 없는 정서, 깊은 허무, 캔버스의 유한함, 캔버스의 무한함.” 이지적이고 고독했던 회화를 붙잡고 있던 단어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틈새가 생기기 시작했고, 작업의 결이 변하기 시작했다.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작가는 흘러가는 세상을 눈으로, 마음으로 붙잡기 시작했다. “사소함, 작음, 섬세한 리듬, 감정”에 빠져들었다. 권위적이고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아졌다. 회화적 시도가 엄숙하기만 할 필요는 없다. 그동안 회화의 본질을 탐구하는 나 자신을 멋진 작가라 과대평가한 것은 아닌지, 심오해 보이는 미술을 하겠다는 지적 허영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도 했다. “역사적인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욕망이 컸던 것 같다. 작가로서의 정체성을 너무 포장했던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3)

이후 김은진의 작업 태도와 방식은 변화했다. 긴장을 풀고 담담한 이야기를 담았다. 무엇보다 작가의 품 안에 들어오는 크지 않은 도예 작업의 비중이 커졌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경직된 힘을 빼고 싶었다. 화폭에는 그리지 않았을 것 같은 형상들을 만들었고, 그 형상 위에 그림을 그리듯이 색을 칠했다. 작지만 단단한 행복이 담긴다.4) 작가는 손에 닿는 흙의 질감과 그 위에 얹어지는 물감과 유약의 효과, 점토가 구워지면서 변화하는 물성을 경험하려 했다. 전술했던 회화적 실험을 중단한 것은 아니니 확장되었다는 표현이 맞겠다. 화폭과 그 위에 그려진 형상이 한 몸이 된, 환영과 입체의 중간 지점에 놓이는 작품들은 회화의 물성과 재현에 관한 실험의 지속으로 볼 수 있다. “커튼” 아래에는 여전히 추상의 세계가 자리한다.―<The curtain Ⅰ, Ⅱ>(2025), <Open and shut>(2025), <Emerging>(2025)― 따라서 김은진의 최근작들을 마주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감각을 회복하는 것이다. 더 많이 보고 더 많이 듣고 더 많이 느끼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작품에 필요 이상으로 해석을 붙이고, 의미에만 주목해서는 안 된다. “작품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5)

그렇다고 작가가 형식과 물성에만 집중한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의미에 함몰되는 것을 피했다는 표현이 맞다. 실제로 작품은 다양한 형상들과 삶의 에피소드들로 가득하다. 테이블 위로 온갖 세상이 펼쳐진다. 포도주와 나란한 바닷속 생물들, 하늘에 맞닿은 붓과 팔레트, 꽃들과 하나 되어 다리만 드러난 인물들, 이 모두는 하루의 경험, 추억, 기억, 그것에서부터 시작된 상상의 결과들이다.―<Round Table>(2025), <세다리의 모험>(2025), <Smallish Tide>(2025), <Dandelion Rider>(2026), <Cosmos>(2026)― 그래서인지 작품 속 세계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게 흐른다. 어제와 오늘이 만나고, 현실과 꿈이 겹친다. 지나간 것은 사라지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순간도 이미 와 있는 것처럼 나타난다. 작품의 내부를 들여다볼수록 그 안에 또 다른 생명과 공간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 상상은 깊어진다. 얼굴에서 떨어져 나온 눈의 형상은 작가에게 자기 밖의 세계와 내면의 세계를 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시킨다. “눈은 빛의 중심이고, 분명히 보고자 하는 의지를 가지고 잘 보아야 하는 대상에 자신의 빛을 던지는 인간의 작은 태양이다.”6) 밖으로 밖으로, 그만큼 안으로 안으로, 내밀하게.

결과적으로 “각각의 감정에 하나의 인격을, 각각의 영혼의 상태에 하나의 영혼을 부여하기”7)와 같은 김은진의 작업은 단순히 대상을 물리적으로 축소한다든가 작은 도자기와 같은 그림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작은 공간과 사물, 이미지에 몰입함으로써 물리적 크기의 한계를 넘어서는 상상과 몽상의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이다. 외적으로 거대하게 소유하는 게 아니라 작은 것 안에서 큰 것을, 나아가 세계 전체를 경험하는 일이다. 미세한 것, 작은 것에 깊고 깊게 머물도록 하는 몰입은 또 하나의 세계를 열어 보이고, 공간은 상상 속에서 크기를 넘어선다. 작은 공간은 깊어지고 넓어져 또 하나의 우주로 변모한다. 이처럼 응집과 풍요로움으로 감싸인 세미화(細微畵)의 대상 안으로 들어오면 “내부로부터 내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된다.” 돋보기를 든 것 같은 작가는 익숙한 세계를 지워버리고, “신선한 시선”을 갖는다. 작은 것 속의 큰 것을 얻기 위해서는 상상력을 통해 논리적 사고의 경계를 가로질러야 한다. “형이상학적 신선함을 얻기 위한 훈련”인 세미화는 휴식의 시간을 제공한다. 다른 세계로 작가를 이동시키는 몽상인 세미화에 능숙해질수록 세계를 더 깊이 경험하고 소유하게 된다.

<The Fainter-Sisyphus>(2026) 외에도 김은진의 작품에 끝없이 등장하는 시시포스는 작가가 지나온 시간, 앞으로 갈 길과 닮았다. 시시포스의 행위가 반복될수록 선명해지는 허망함을 작가도 느끼며 살아간다. 그 안에 머물며 작가가 바라보는 세계에는 아름다움과 불안, 열정과 오류, 생성과 소멸이 반복되며 함께한다. 높은 곳을 향해 애써 밀어 올린 바위는 분명 다시 떨어질 것이며, 그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은 비극이지만 그것이 외부에서 시작된 게 아니라 “원래 자기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인 존재(작가)는 이내 다음을 준비한다. 시시포스가 매번 돌을 다시 밀어 올리듯, 작가는 형상과 표현을, 의미를, 그리고 마음을 길어 올린다.

1)헤르만 헤세, 『삶을 견디는 기쁨』, 유혜자(역), 문예춘추사, 2024, p. 97. 2)폴 발레리, 『폴 발레리의 문장들』, 백선희(엮고 옮김), 마음산책, 2023, p. 27. 3)이이문정과 김은진, 작가 인터뷰, 2026년 7월 13일. 4)문정과 김은진, 작가 인터뷰, 2026년 7월 13일. 5)수전 손택, 『해석에 반하여』, 홍한별(역), ㈜윌북, 2026, p. 35-36. 6)가스통 바슐라르, 『몽상의 시학』 , 김웅권(역), 동문선, 2007, p. 233. 7)페르난두 페소아, 「무제」, 『이명의 탄생』, 김지은(엮고 옮김), 미행, 2024, p. 97

MEET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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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제공,  작업실에서 김은진 작가

김은진(b.1983)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및 동 대학원 미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뉴욕대학교(NYU Steinhardt)에서 스튜디오 아트로 석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영은미술관, 갤러리 도스, 프로젝트 스페이스 우민, 뉴욕 토마스 헌터 프로젝트(Thomas Hunter Project) 등 국내외 주요 공간에서 10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습니다. 뉴욕 마틴 웡 재단 장학생(Martin Wong Scholarship) 선정을 비롯해 우민미술관, 갤러리 도스, 강동문화재단 공모에 선정되었고, 뉴욕 헌터 칼리지 세라믹 레지던시와 영은미술관 11기 입주작가로 활동했습니다. 작품은 영은미술관, 운중화랑, 플레이스 막, 갤러리 쿠조(Gallery KUZO)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회화를 끊임없이 변형하는 '살아있는 유기체'로 탐구해 온 작가는, 초기 해체와 잔상을 다룬 연작을 지나 일상의 미세한 순간들을 붙잡는 충만한 시선으로 작업을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세라믹 회화 및 부조 작업을 통해 작고 내밀한 화면 속에 삶의 미세한 파동과 서정적인 일상을 담아내고 있으며, 이러한 새로운 회화적 확장성은 우리 화단의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ARTIST STATEMENT

나는 회화를 유동성과 불확실성, 유일성을 전제로 하는 미지의 공간으로 바라보아 왔다. 이 공간은 하나의 완결된 이미지를 생산하기보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어긋나며 예측을 벗어나는 상태로 존재한다. 나는 회화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유지하면서, 그리기에 수반되는 불완전한 과정을 온전히 수용하고, 감각과 정서를 회화적 공간으로 풀어내는 조형적 방식을 모색해왔다.

  이 과정은 추상과 재현의 간극, 평면과 입체, 화면의 안과 밖, 프레임과 같은 회화의 상호적 조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유동적인 탐색이자 내적 대화의 과정이다. 그리기는 하나의 방향으로 수렴되지 않고, 서로 다른 감각과 구조들이 충돌하고 스쳐 지나가는 상태로 남는다.

  이전의 「X-ray Painting」 시리즈에서 나는 이미지의 층을 쌓고 다시 밀어내며, 기억 속 잔상과 흔적을 다루어 왔다. 사라짐을 전제로 이미지를 밀어내며 무(無)화시키는 방식에 가까웠다면, 화면은 구축되기보다 끊임없이 해체되었고, 형태는 사라지며 색의 얼룩과 흔적으로 남았다. 이는 포착할 수 없는 대상과 언어로 환원되지 않는 정서, 그리고 깊은 허무와 맞닿아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출산 이후, 이러한 감각은 다른 방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사라지는 것을 전제로 그 과정에선 나타나는 변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가까웠다면, 지금은 오히려 사라지기 쉬운 것들을 붙잡고, 머물게 하려는 태도로 변화하고 있다. 작고 사소한 순간들, 반복되는 리듬, 미세한 정서의 떨림은 더 이상 허무로 수렴되지 않고, 오히려 충만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최근의 작업은 이러한 감각을 구축하고 물질화하는 과정이다. 화면 위에서 스쳐 지나가던 감각들은 흙과 유약, 그리고 소성의 시간을 거치며 형태를 얻는다. 도자는 회화와 분리된 매체가 아니라, 표면에 개입하며 감각을 밀도와 구조로 전환시키는 요소로 작동한다. 유약은 물감처럼 흐르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변형을 만들어내고, 흙은 미세한 돌출과 균열을 통해 감각과 정서의 결을 드러낸다.

  나에게 회화는 여전히 하나의 유기적인 매체이다. 그것은 살갗과 내장을 가진 몸처럼, 내부와 외부, 표면과 구조를 동시에 지닌다. 사각의 캔버스가 가진 유한함과 그 안의 빈 공간이 품고 있는 무한성은 삶과 닮아 있으며, 특히 언제나 의도와 예상을 빗겨가는 그리기의 불완전한 과정과 맞닿아 있다.

  나는 회화가 살아있는 것으로서 스타일의 경계를 벗어나, 의미를 기계적으로 전달하거나 연상 작용의 위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부단히 자신을 해체되고 구성하는 변형의 과정이자, 그것 자체로 존재하게 되기를 원한다.

                                                                                                 

글 = 김은진 작가

EXHIBITION WORKS

EXHIBITION VIEW

준비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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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제공,  김은진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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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 / 30분 2,000원/ 10분당 7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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