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YUNGAH CHOI
최경아
Tangerine, Pepper, Sunshine
2026년 성남예술인 예술창작활동
공모 당선전
Sep 28 - Oct 10, 2026
10 am- 6 pm


"소개합니다."
최경아 작가는 일상의 생생한 순간을 포착하여 캔버스 위에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풀어내는 화가입니다. 초기 장소와 이주의 기억을 기록하던 그의 시선은 점차 인간 내면과 타자와의 관계로 확장되었습니다. 글쓰기와 출판, 워크숍 등 다채로운 예술 실천을 넘나드는 작가의 회화는 삶과 긴밀하게 호흡하며 전개됩니다.
작가는 타인과의 관계를 여는 친밀한 매개로 '음식'에 주목합니다. 한 사람의 일상과 기억이 담긴 음식 이야기는 낯선 이의 삶과 태도를 이해하는 자연스러운 통로가 됩니다. 전시 《Tangerine, Pepper, Sunshine》은 혀끝을 스치는 새콤함, 코끝의 알싸함, 살갗에 닿는 볕의 온기처럼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올해 만난 여섯 사람의 서사를 캔버스에 담아냅니다.
화면 속 형상은 외형의 재현이 아닌 대화 속에서 건져 올린 내면의 '추상적 초상'입니다. 식물과 자연, 미각의 공감각적 층위를 통과해 빚어진 색과 선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를 지웁니다. 타인을 향한 다정한 시선이 다시 나를 비추는 성찰로 닿는 최경아 작가의 회화 세계를 운중화랑에서 만나보시기 바랍니다.
회화의 원심력 :최경아의 예술 실천
김보라 (예술학·미술비평)
“우주가 무수히 많은 곳에서 무수히 많은 방식으로 아름다운 건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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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아는 만능 예술인을 꿈꾸는 화가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보고, 듣고, 읽고, 느낀 바를 자신만의 필터로 걸러내 섬세한 조형 언어로 캔버스에 담는다. 하지만 그림에 머무르지 않으며 ‘책뜰’이라는 예쁜 이름의 출판사를 창업하고 공공 미술 프로젝트를 위한 협업을 진행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창조의 영감은 삶의 모든 방향으로부터 온다. 여행, 캠핑, 문학, 영화, 공연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은 그녀의 바지런한 예술 실천은 회화에서 글쓰기, 디자인, 무대 연출로 확장된다. 나는 약 10년 전부터 최경아의 작품을 보아 온 감상자이자 책뜰의 독자, 그녀가 기획한 요리 워크숍 <오감의 초상: 이야기를 맛보다>(2024)에 동참했던 한 사람으로서 이 글을 쓴다.
짧지 않은 인연을 통해 쌓인 기억을 헤집어 최경아의 첫인상을 떠올려보면 무엇보다 호기심 가득한 눈이 생각난다. 보물찾기하듯 일상 곳곳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려는 열정적 관찰자의 눈빛이다. 호기심은 일찍이 보들레르가 강조한 현대적 삶을 그리는 화가의 특징 아니었던가. 시인이자 미술비평가로서 현대성의 가치를 밝힌 보들레르는 화가가 오로지 팔레트에만 매달려선 안 되고 ‘세계의 인간’으로 세상 전체를 이해하고자 하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썼다. 보들레르가 논한 현대적 삶의 화가처럼 내가 본 최경아는 일시적 순간에서 보편적이고 영원한 아름다움을 추출하고자 누구보다 열심히 세상을 탐색하는 예술가다.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주의 깊게 바라보는 시간과 새로움을 향한 열망이 그녀의 예술을 형성하는 바탕이자 출발점인 것이다. 열렬한 호기심을 토대로 전개되는 제작 과정에서 회화는 자연스럽게 물리적 프레임을 넘어선다. 그녀가 화폭에 그려낸 유연한 선처럼 최경아의 예술은 자아 인식의 확장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펼쳐지고 있다.
[1] 메리 올리버 지음, 『완벽한 날들』, 민승남 옮김, 마음산책, 2013, 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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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전《산책자 Flâneur》(2017), 《리듬 분석》(2018), 《남겨진 풍경》(2020)을 통해 이주로 인한 장소 경험으로부터 건져 올린 이미지와 신체 감각을 선보였던 작업 세계는 지구상의 모든 존재에게 영향을 끼친 전 세계적 전염병 시기를 기점으로 변화한다. 여행과 레지던시 활동을 이어가며 주로 풍경을 그리던 그녀는 차차 인간으로 시선을 돌리고 자신의 내면과 주변인을 살핀다. 엄밀히 말해 ‘나’를 구성하는 타자들을 향한다. 물리적 공간과 결부된 자기 심리 탐구에서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한 탐색으로 초점이 이동한 것이다. 《당신에게 보내는, A Letter》(2021)는 주변인에게 편지를 쓰고 이들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그림으로 포착한 전시였다. 그녀는 글쓰기와 이미지 사이를 오가며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과의 관계를 투영한 자신만의 ‘풍경-초상화’를 그려낸다. 이후 음식을 주제로 한 금천아티스트-랩에 참여하면서 최경아는 누구나 즐겨 먹지만 조리법이 제각각인 계란을 소재로 워크숍 <후렌드 세대와 후렌드 되기(with. 후라이 카드)>(2021)와 전시 《Pop-up 후라이 스토어》(2022)를 열었다. 이를 통해 많은 참여자와 교류하였고 2024년에는 더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나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듣는 인터뷰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타인의 장점을 파악하고 축적함으로써 자기 성장에 도달하게 된다는 생각으로 최경아는 지인을 포함하여 팟캐스트, 인스타그램 등 여러 채널로 만나게 된 인물 10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 그러던 중 감명 깊게 본 국내 1세대 여성 조경가의 회고전과 다큐멘터리에 영감을 받아 본인이 인터뷰한 사람들을 식물 관련 책에서 찾은 이미지에 대입하여 그리기 시작한다. “자연의 세 왕국(광물계, 식물계, 동물계) 중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곳”[1]과 자신이 만난 인물의 분위기를 연결하는 것이다. 영국의 사진작가 케이트 프렌드(Kate Friend)가 예술가의 공간을 방문하고 이들을 꽃이나 식물로 대체하여 촬영한 식물 초상사진을 제시했다면, 최경아는 전시 《이야기가 있는 초상(Echoes of Stories)》(2024)을 통해 ‘식물-초상화’ 연작을 선보였다. 인터뷰이들 대신해서 솔체꽃, 쇠무릎, 주목, 버즘나무를 그렸고 기후 위기나 생태 이슈에 관한 관심을 반영하여 발색에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연 안료를 활용했다. 이처럼 여러 갈래의 시도와 변주 속에서도 최경아 특유의 회화적 표현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화가만의 인물 해석과 추상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식물-초상화’는 유려한 선과 감각적 색채, 미세한 경지에까지 도달하는 감각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녀의 작업은 변화와 일관성, 우연적 발견과 필연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
[1] 장 자크 루소 지음, 『루소의 식물학 강의』, 황은주 옮김, 에디투스, 202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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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시작하면서 나는 ‘화가’라는 호칭을 사용했다. 이 단어를 선택하는 데 적잖은 고민이 있었다는 속내를 뒤늦게 밝힌다. 이 시대에 ‘화가’라는 명칭은 자칫 고루하고 편협한 인상을 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시각예술가’ 혹은 ‘작가’, 최근에는 ‘크리에이터’가 보다 시의적절하게 느껴진다. 예술의 정의가 변하듯 예술가를 칭하는 호칭이 바뀌는 것일까. 인터넷, 모바일, 인공지능 등 미디어 기술 발전으로 누구나 쉽게 이미지를 제작함으로써 시각 정보가 폭증하는 사회 속에서 세상에 없던 이미지를 그려내는 것만으로 그쳐서는 안 되는 정황에 직면한 화가의 위치를 곱씹게 되는 것이다. 10여 년 전, 장소 특정성과 아카이브를 주제로 작업하던 시기부터 최경아는 동시대 담론과 환경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회화를 보여 주었다. 이러한 그녀에게 회화는 물질성과 프레임에 기반한 형식이 아니라 하나의 유동적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2020년 이후의 작업은 미술 오브제로부터 관객으로 아우라가 이동했다고 주장하는 니콜라 부리오의 ‘관계 미학’이나 네트워크의 영향력이 회화에 미친 현황에 주목한 데이비드 조슬릿의 비평적 논의와 연관된다. 그녀의 회화는 청각, 후각, 미각을 아우르는 공감각적 체험과 사회적 상호작용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이미지 생성 공간인 것이다.
원심력이 강해지면서 분리되는 힘이 생겨나듯 언젠가 최경아는 그림에 온전히 집중하는 노정을 택하게 될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현재의 확장적 탐색이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하고 싶은 것을 거침없이 하는 용기”(2025년 2월 14일 대면 인터뷰 중 작가의 말)와 도전을 응원한다. 현대무용 공연 쇼케이스 <날 것과 익힌 것> 기획 및 연출이라는 또 다른 실험을 수행 중인 그녀의 폭넓은 모색이 결국 예술적 깊이를 더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매사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이는 태도와 남다른 감각, 열린 사고가 세상의 모든 가치를 알아보게 하는 경이로운 순간으로 우리를 이끌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보들레르가 최고의 화가라고 칭송했던 들라크루아처럼 ‘세계의 인간’ 최경아는 삶과 예술의 전 영역에 대한 관심을 성실하게 이어간다. 이러한 그녀에게 회화는 나, 너 그리고 우리의 아름다운 이야기, 바로 여기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빛나는 한순간일 수 있다. 구상과 추상의 이분법은 무의미하고 자아와 타자, 인간과 비인간, 나아가 회화와 회화 아닌 것의 경계가 흐려진다. 그녀의 확장된 회화는 “오브제이거나 삶 또는 글, 특히 음악일 수도 있다. 회화는 모든 곳에, 모든 곳에 있다.”[1] 아름다움과 사랑이라는 궁극의 가치와 더불어 유연함과 마음의 여유를 지향하는 최경아의 예술은 회화와 인간, 사람과 우주가 본질적으로 같은 존재임을 보여 준다.
1) 유타 쾨터 지음, 『에프(f.)』, 제니조 옮김, 미디어버스, 2025, 62쪽.
MEET ARTIST

사진=최경아 작가(작가제공)
최경아(b.1985) 작가는 단국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미국 뉴욕의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회화·드로잉 전공으로 미술학 석사(M.F.A.) 학위를 받았으며, 단국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성남큐브미술관 반달갤러리, 갤러리 도스, 갤러리 밈 등에서 8회의 개인전을 열었으며, 국내외 다수의 기획전과 단체전에 참여해 왔습니다. 대구예술발전소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의 국내 레지던시에서 입주작가로 활동했으며, 성남문화재단과 경기문화재단의 창작지원 공모에 다수 선정되었습니다. 작품은 경기도미술관, 성남큐브미술관, 아트센터 화이트블럭 등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작가는 개인의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성되는 관계의 풍경을 회화를 통해 탐구해 왔습니다. 초기에는 떠나오거나 잠시 머문 장소에 남겨진 기억과 감정을 기록했으며, 이후 인터뷰와 대화를 바탕으로 한 추상 초상 작업으로 관심을 확장했습니다. 최근에는 음식에 얽힌 기억과 감각에 주목하여, 한 사람의 삶을 구성하는 경험과 관계를 색채와 형태, 질감으로 번역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인전 《Tangerine, Pepper, Sunshine》에서는 회화와 도자 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각 인물의 이야기로부터 감각한 이미지를 회화적이고 입체적인 초상의 형태로 펼쳐 보입니다.
ARTIST STATEMENT
새콤함이 혀끝을 스치고, 알싸함이 코끝을 찌르며, 뜨거운 볕이 살갗 위에 선명한 그림자를 새긴다.
《Tangerine, Pepper, Sunshine》은 에드워드 리 셰프의 책 『버터, 밀크, 그래피티』에서 영감을 받은 전시 제목으로, 나를 상징하는 세 단어이기도 하다. 서로 다른 성질과 감각을 지닌 이 단어들은 한 사람 안에 함께 존재하는 나의 여러 모습을 드러낸다.
과거의 작업에서 나는 주로 새로운 장소를 관찰하고, 그곳에 머물렀던 시간과 기억을 기록해 왔다. 이후 그 시선은 장소에서 마주한 사람에게로 옮겨갔고, 최근에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서로 다른 삶의 태도와 감각을 회화로 옮기는 일이 작업의 중요한 출발점이 되었다.
대화는 대개 음식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음식은 낯선 관계에서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열어주는 친밀하고 보편적인 매개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이 입는 옷과 사용하는 말, 몸짓을 통해 그를 짐작할 수 있듯, 그가 먹고 좋아하는 음식에는 개인의 문화와 일상, 관계와 기억이 스며 있다.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한 사람의 삶을 이루는 풍경과 그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닿게 된다.
올해 나는 여섯 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이 어떤 시간을 지나왔으며, 서로 다른 삶 속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고 어떠한 태도로 살아가는지에 귀 기울였다. 대화 속에서 나와 맞닿거나 다른 지점, 오래 마음에 남는 말과 삶의 태도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이를 나의 삶에 비추어 보았다. 그렇게 받아들인 감각적 인상과 감정을 색과 선, 형태와 질감으로 번역해 캔버스에 담았다. 화면에 그려진 것은 인터뷰한 인물의 외형적 모습이라기보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내가 해석한 한 사람의 초상이다.
타인의 이야기는 나의 감각과 기억을 통과하며 하나의 추상적 초상으로 남았다. 이 전시는 타인을 그리고 이해하려는 시선이 어떻게 다시 나 자신을 향하게 되는지를 묻는다.
글 = 작가 최경아
EXHIBITION WOR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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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제공, 최경아 작가의 작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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