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 BREATHING
이진원 JINWON
OCT 19th - NOV 16th, 2024
Opening | OCT 19th, 4-7pm
"초대합니다."
운중화랑은 봄꽃 가득한 계절 사월을 김춘환 작가의 신작을 발표하는 기획전 “김춘환 전”으로 시작합니다.
김춘환 작가는 한국과 프랑스를 주된 거점으로 “누구 하나 닮았다고 평하기 어려운” 그만의 고유한 작품성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주요 재료로 종이를 사용합니다. 종이작업을 하는 작가는 많지만, 김춘환 작가만큼 이전에 없었던 특유의 방식으로 종이를 활용하는 작가는 흔치 않습니다.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종이작업을 30년을 넘게 지속하며 고유하고 명징한 예술세계를 일구어 왔습니다.
김춘환 작가가 사용하는 종이는 잡지, 광고지 등 인쇄물입니다. 수많은 정보가 빠르게 생겼다가 소비되고 사라지는 오늘날 정보시대를 함축하는 상징으로 인쇄물을 채용한 것입니다. 다종다양한 인쇄물들은 정보시대의 대표적 매개체로 기능하지만, 그 생성 이후 길지 않은 시간 이내에 대부분 그 효용을 다하고 곧 폐기되거나 어딘가 치워질 운명에 처합니다. 이미 그 기능이 소멸되었거나 소멸 직전인 인쇄물들이 김춘환의 손을 통해서 다시 강고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고 1995년 파리에 정착한 이후 작업 기반으로서 종이를 만난 것은 운명적이라고 할만 합니다. 그 스스로 종이와의 인연이 유년시절 아버지의 목재소에서 시작되었다고 말합니다. 나무 부스러기나 톱밥더미에서 놀며 경험했던 유년시절 감촉과 호흡들이 무의식 속에 내재되어 있다가 낯선 땅에서 되살아 났습니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톱밥가루의 감촉은 낱장의 종이를 찢거나 오리는 행위로 전이되어 화폭 위에 새로 피어나고, 종이를 찢는 마찰로생기는 먼지들은 톱밥가루 날리는 어린 시절 목재소와 시공간을 이어주는 통로입니다. 아득한 시절의 놀이가 이렇게 그의 작업의 근간이며 그 미감의 원천이 됩니다. 그의 작업은 마치 농부의 일과 닮아 있습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려 싹을 틔우고 모종을 키운 후 밭에 옮겨 심고 거름을 주고 잡초를 뽑는 일련의 과정은 그의 작업에도 거의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는 좋은 인쇄물을 찾아 이를 색에 따라 분류하고, 찢거나 자르거나 접거나 뭉쳐내는 등의 다양한 손동작으로 그가 원하는 조형물을 만든 후에, 이들을 화면에 옮겨 붙입니다. 그에게 인쇄물은 작품의 씨앗이고, 손동작으로 원하는 형상을 만들어 내는 과정은 싹을 틔우고 모종을 키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농부가 모종을 밭으로 옮겨 심듯이 작가는 이 형상들을 화면에 옮겨 붙이고, 다시 다듬고 키웁니다. 손끝으로 종이를 직접 느끼며 작업을 계속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가 자신의 의식이나 감각을 초월하면서 화면은 어느새 어떤 형상을 이루게 됩니다. 그 재료는 아주 익숙한 것이었지만, 익숙한 재료로부터 만들어진 형상은 낯설은 경우가 많습니다. 익숙함과 낯설음이 혼재함으로써 자아내는 미감은 놀라울 정도로 신선합니다. 때로는 거대한 물결이 출렁대는 바다를 닮기도 하고, 바람에 일렁이는 곡식 같기도 합니다. 바람 따라 흐르는 구름 떼도, 여름날의 세찬 소낙비 줄기도 있습니다. 둘둘 말려 빼곡히 진열된 포목점 원단들도 있고, 책꽂이에 편하게 포개진 책들도 보입니다. 작품의 씨앗이었던 인쇄물들은 처음에는 온전한 하나의 화면이었지만, 그의 작품에서는 색채도 글씨도 형태도 모두 와해되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다시 탄생됩니다. 어디를 어디에서 어느 방향으로 얼마나 떨어져 보는가에 따라 그 형상은 시시각각 변신을 거듭하는데, 여기에 또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평면에 그치지 않고, 입체, 설치 등 다양한 형태로 전개됩니다. 입체작업은 또 다른 깊이를 더합니다. 작가는 손동작으로 낱장의 인쇄지들에서 다양한 형상을 만들고, 다시 이것들을 모아 하나의 종이 덩어리를 만듭니다. 그 덩어리 한 부분을 통째로 잘라내면 단면이 드러납니다. 그이 기억 속 목재소가 원목을 자르듯이, 작가는 스스로 기억 속 목재소의 톱날이 되어 종이 덩어리를 절단하고 그 단면을 드러냅니다. 이 단면에는 처음 작가의 손동작으로 인쇄물이 구겨지던 과거 시점, 덩어리가 절단되는 또 하나의 특정된 과거 시점, 그리고 감상자가 보는 현재 시점이 모두 혼재되어 있습니다. 실존하는 단면이 시간 흐름의 공허함을 인식하게 하는 순간이 됩니다. 절단기계로 잘라내며 드러나는 인쇄지의 절단면들이 이루는 주름들은 통나무의 나이테를 닮아 있습니다. 이 점에서 작가의 종이 덩어리는 그 재료의 근원(根源)인 목재 내지 통나무를 상징하는 것이 아닐까, 작품의 재료인 인쇄물을 다시 그 근원으로 환원시키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이작업을 통해서 정보 만능의 대량소비사회 이면을 풀어 헤치는 김춘환의 작업이 누보레알리즘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평가되기도 합니다. 누보레알리즘이 허무주의와 정신문명에로의 회귀를 주장하며 소비주의나 물질주의를 비판했던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김춘환의 작업은 소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그 안에서 공허함의 미학을 끌어낸 점에 더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자신의 매서운 시선으로 재료의 속살을 드러내고 가려진 물질의 본성을 실존적 기법으로 뒤집어 냅니다. 통나무를 절단하는 묵직한 톱날에 의해 성장의 비밀을 간직한 겉껍질이 속을 내보이듯이, 종이덩어리들을 기억의 목재소를 통해서 잘라 냄으로써 나이테를 닮은 주름을 언어로 하여 현대사회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김춘환 작가를 이해함에 있어서는 작가가 색(色)에 접근하고 사용하는 방식에 특히 주목해야 합니다. 그는 물감 없이 색을 구현합니다. 최근 작업에서는 하나의 광고지에서 추출한 동일한 인쇄물 즉 반복된 인쇄물에서 동일한 색상을 뽑아 색을 추출합니다. 기존의 안료에서 발색되는 색상과는 전혀 다른 인쇄지 특유의 물성이 화면에 나타납니다. 인쇄 안료의 고유색, 표면의 광택, 찢어지고 잘리면서 드러난 섬유질, 이것들이 서로 섞여서 몽환적인 색채를 만들어 냅니다. 이 과정에서 잡지 속 다양한 텍스트와 이미지는 모두 색으로 해체되고, 최초의 안료가 종이에 인쇄되기 전에 가졌던 원래의 색으로 환원되는 과정을 밟게 됩니다. 물감 없이 색을 만드는 그만의 프로세스로 인하여 그를 색채의 연금술사로 부르기도 합니다 그의 색연금술은 물감 대신 종이를 사용한다거나 종이를 물감으로 바꾼다는 물리적 차원의 연금술에 그치지 않습니다. 작가는 인쇄된 색종이가 거꾸로 색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자연에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그동안 우리가 물감이나 작품으로 알지 못했던 새로운 색을, 아이러니하게도 이미 인쇄된 색종이를 통해서 발견하려 합니다. 지금까지 누구도 인쇄물이나 작품에서 의식적으로 사용한 바 없었던 새로운 색을 발견하는 과정은 그에게는 자신의 시각예술을 창조하고 완성하는 경험입니다. 그의 작업실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보지 못했던, 자연에는 존재하지만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던, 새로운 색을 만들어내는 제련소입니다. 운중화랑의 새 전시 “김춘환 전”에서는 김춘환 작가의 최근 미발표 작품들을 중심으로 그의 지난 작업과정을 담은 중요한 작품들을 함께 전시합니다. 벚꽃이 피는, 정확하게는 벚꽃이 활짝 피기를 희망하는, 봄날 주말에 이 시작됩니다. 많은 관심과 사랑바랍니다. 운중화랑 대표 김경애 | 2024. 3
"INVITE YOU" Woonjoong Gallery begins April, the season when spring flowers are in full bloom, with a special exhibition titled “Kim Chunhwan Exhibition,” which presents new works by artist Kim Chunhwan. Kim Chun-hwan is mainly based in Korea and France and is recognized for his unique work that is “difficult to criticize as being similar to anyone else.” Paper is used as the main material in his works. There are many artists who work with paper, but it is rare to find an artist who utilizes paper in a unique way that has never been seen before like Kim Chun-hwan. He has unwaveringly continued his paper work for over 30 years, creating a unique and clear world of art. The paper that Kim uses as material for his works is printed matter such as magazines and advertisements. Printed materials are used as a symbol of this information era, where an enormous amount of information is created, consumed, and disappears quickly. Various printed materials function as a representative medium of the information era, but most of them expire within a short period of time after their creation and are destined to be discarded or put away somewhere. Printed materials that have already lost their function or are on the verge of extinction are brought back to life through the artist’s hands. After majoring in fine arts at an art university in Korea and settling in Paris in 1995, we can say that his encounter with paper as a basis for his work was fateful. He himself says that his connection with paper began during his childhood in his father's wood mill. The textures and breaths he experienced while playing in piles of woodchips and sawdust during his childhood were embedded in his unconscious and were revived in Paris, a place unfamiliar to him. The feel of the sawdust passing through his fingers is transferred to the act of tearing or cutting a piece of paper and becomes a new work of art on his canvas. The dust created by the friction of tearing paper is a passage connecting time and space with the sawdust-blowing wood mill of his childhood. The fun play of his distant past becomes the basis of his work and the source of his aesthetics. His work resembles that of a farmer. The process of a farmer sowing seeds, sprouting them, growing seedlings, transplanting them to the field, fertilizing them, and pulling out weeds is almost identical to his work. He searches for and picks up appropriate prints, sorts them by color, uses various hand movements such as tearing, cutting, folding, and bunching to create the shapes he wants, then transfers them to the screen. For this artist, printed matter is the seed of his work, and the process of creating the desired shape with hand movements is no different from sprouting and growing seedlings. Just as a farmer transplants seedlings into the field, the artist transfers these shapes onto the screen, refines them, and grows them again. As the artist continues to work while feeling the paper directly with his fingertips, at some point he will transcend his consciousness or senses, and the screen will take on a certain shape without him even realizing it. The materials he used were very familiar, but the shapes created from familiar materials are often unfamiliar. The aesthetics created by the mixture of familiarity and unfamiliarity are surprisingly fresh. Sometimes they resemble the sea with huge waves rolling around, and sometimes they resemble grains swaying in the wind. There are clouds moving with the wind and strong rain showers on a summer day. There are fabrics rolled up and tightly displayed, and books comfortably stacked on bookshelf. The prints that were the seeds of his work were initially a complete screen, but in his work, all colors, letters, and shapes disappear and are reborn as completely different images. Depending on where you look, in what direction, and how far away you look, the shape changes constantly, which is another fun thing to see. His work takes various forms, including three-dimensional or installation. Another depth is visible in three-dimensional work. The artist uses hand movements to create various shapes from single sheets of printed paper, and then gathers them together to create a single lump of paper. He cuts off a part of this lump, exposing its cross section. Just as the wood mill in his memory cuts logs, the artist uses the saw blade of the lumber mill in his memory to cut the lumps of paper and reveal their cross sections. In this cross-section, the past perspective when the artist first crumples the print by hand, another specific past perspective when the lumps are cut off, and the present perspective as seen by the viewer are all mixed together. We may become aware of the meaninglessness of time through the existing cross-section of paper lumps. The wrinkles formed by the cut surfaces of the printed material that are revealed when it is cut with a cutting machine resemble the growth rings of a log. We wonder if the lump of paper the artist created symbolizes wood or logs, the origin of the material, and if his work is a process of returning the printed matter, the material of the work, back to its origin. Kim Chunhwan's work, which explores the dark side of a mass consumer society overflowing with information through paper work, is sometimes evaluated as an extension of nouveau realism. Nouveau Realism criticized consumerism and materialism, arguing for a return to nihilism and spiritual civilization, and this can also be seen in Kim Chunhwan's work. However, we should pay more attention to the fact that Kim's work does not stop at criticizing consumerism and materialism, but draws out the aesthetics of emptiness within it. He reveals the inner skin of materials through his thorough gaze and brings out the hidden nature of materials using existential techniques. Just as the saw blade of a wood mill cuts logs to reveal the secrets of growth, the wood mill in his childhood memory records modern society by cutting lumps of paper and using wrinkles resembling tree rings as language. We especially must not forget the way this artist approaches and uses color. He expresses color without paint or pigment. In his recent work, he extracts color by picking the same color from identical prints, that is, repeated prints. The unique properties of printing matter, which are completely different from the colors produced by existing pigments, appear on his screen. The unique colors of the printed pigment, the gloss of the surface, and the fibers revealed when torn and cut, all mix together to create faerie and alchemy colors. In this process, all the various texts and images in the magazine are dismantled into colors and are returned to the original colors they had before the first pigment was printed on paper. Due to his unique process of creating color without paint, he is sometimes called the color alchemist. His color alchemy is not limited to the physical dimension of using paper instead of paint or turning paper into paint. The artist believes that printed colored paper can create colors in reverse. Ironically, through already printed colored paper, he is trying to discover new colors that clearly exist in nature but that we have not been aware of through paints or works of art. The process of discovering new colors that no one has consciously used in print or work before is an experience that allows him to create and complete his own visual art. His studio is a smelter that creates new colors that no one has ever seen before, that exist in nature but that no one was aware of. Woonjoong Gallery’s “Kim Chunhwan Exhibition” displays important works from artist Kim Chunhwan’s past work process, focusing on his recently unpublished works. begins on a spring weekend when cherry blossoms are blooming, or more precisely, when the cherry blossoms are expected to be in full bloom. We cordially invite you to this wonderful exhibition. Woonjoong Gallery Derector | Kim Kyung Ae
MEET ARTIST
YI JINWON
1970 Born in Seoul, Korea
EDUCATION
1992 B.F.A, Hong-ik University
1995 M.F.A, Hong-ik University
SOLO EXHIBITIONS
2020 Thinlines (GalleryDam)
2014 All Things Shining (Gallery Dam)
2012 Forest (Gallery Oms, New York)
2008 Blooming (Mokin Gallery)
2003 Green Stem (Gallery Doll)
1996 Daily energy, Reform a Experience (Kwanhoon Gallery)
1996 KongPyung Art center
GROUP EXHIBITIONS
Over 20times Including
< Vertical Surface of the water, Superiorgallery, 2022>
PRIZE
1993 The 12th Grand Arts Exhibition of korea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1994 The 13th Grand Arts Exhibition of korea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Awarded Special Prize in the 4th Grand Art Exhibition of MBC (Seoul Art enter) Awarded Special Prize in the Art Exhibition of Chun-chu (Seoul Art center)
1995 The 14th Grand Arts Exhibition of korea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The 5th Grand Arts Exhibition of MBC (Seoul Art enter)
PUBLIC COLLECTION
Keungki-do Museum of Art
Art Bank (National Museum of Modern art)
Privite collec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