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e Inhyeon
작가는 정면 중심 캔바스 회화에 도전하며 오면(五面) 그림을 그린다. 옆면이 두꺼운 입방체 캔바스 위에서 물감과 기름은 서로 밀기와 당기기를 거듭하며 화폭에 스며들다가 끝자락 모서리를 넘어 중력을 타고 다시 아래로 번져 나간다. 스며듦과 번짐의 오랜 ‘밀당’이 만들어내는 형상들은 아무런 계획 없이 흐르다 멈추어서 마치 처음부터 그대로 그 곳에 있었다는 듯 하나의 자연이 된다. 이렇게 그는 회화의 평면성을 뛰어넘는 공간을 그의 작품에 끌어들였고, 그래서 그의 회화는 한 눈에 모두 들어오지 않는다. 감상자로 하여금 작품을 따라 이리저리 구석구석 이동하게 하는데, 이는 마치 우리가 밤하늘의 어느 별을 보다가 다른 별을 보기 위해서 시야를 옮겨야 하며 여기에 필연적으로 시간의 경과가 개입하는 것과도 같다.
그의 작품은 인간이 극복할 수 없는 시간 개념을 입방체 화면에서 증명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감상자에게 그의 작품 이곳 저곳을 다니며 살피는 과정에 대한 경험을 부여하고, 각자의 다른 경험에 의하여 각각 다르게 입체화하고 조합되는 개별적 이미지로 기억된다. 우리가 늘 정면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아닐 수도 있고, 주변이라고 여겼던 것들이 중심이 될 수 있다. 그의 작품은 이 점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해준다.
작가의 작품은 우리 시야를 넘어선 세계로 빠져들게 하는 힘이 있다. 현실 세계에서 극복할 수 없는 시간성을 작품 속에서 뛰어넘고 싶은 작가적 열망이 표현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천체에 대한 오랜 관심이 이를 설명해 주기도 한다. 그는 망원경을 통하여 우주를 관찰한다. 망원경에 보이는 우주는 아주 먼 시간 이전의 과거라고 한다. 그것은 이미 생명을 다하고 사라진 것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우리가 존재하고 사유하는 바로 이 시간에 저 우주는 실제로 어떤 공간이고 거기에는 무엇이 있는가, 작가의 이런 근본적 질문이 그의 작품에 담겨 있다.
이인현은 1993년 이후 ‘회화의 지층’ (L'épistémè of Painting) 이라는 일관된 타이틀을 가진 작품을 발표해왔다. 밑칠이 없는 순수한 면천에 물감과 기름(turpentine)으로 스며듦과 번짐을 드러내는 간결한 작업에는 이렇게 공간과 시간, 그리고 이를 뛰어넘는 세계가 담겨 있다. 긴 침묵과 명상 속에서 길어 올린 고요한 붓질을 통해서 서로 마주치는 물감과 기름이 화폭 위에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번지고 스며드는 불가역적 과정을 시각화함으로써 그의 거대한 세계관을 펼쳐 낸다.
Biography
Born
Award
Selected Exhibition
Selected Collections
1958 Jeonbook, Korea
1980 Seoul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B. F. A.)
1986 Tokyo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M. F. A.)
1992 Tokyo National University, College of Fine Art(D. F. A.)
1992∼ Prof. Hansung University, Painting Dept.
the 1st SPACE International Prints Biennale, Award of Excellence
the 10th Seoul International Print Biennale, Grand Prix
2023 Time, Regarding, Length, Width & Depth , Woonjoong Gallery, Seong Nam (Group)
2022 L'épistémè of Painting – Lagrangian Point, The SoSo, Seoul (Solo)
2022 Instict to Two, The SoSo, Seoul ( Group)
2022 Fall into Silence, Gallery LEE & BAE, Busan (Group)
2021 When Kiwon Park Met Inhyeon Lee(CHA studio, Incheon)
2021 Colours of the imagination(Tokyo Opera City Art Gallery, Tokyo(Group)
2021 All our stories are incomplete...(Tokyo Opera City Art Gallery, Tokyo (Group)
2019 Three-Body Problem, Gallery Miru, Seoul (Group)
2018 THE BLUE, Seongbuk Museum of Art, Seoul (Group)
2017 Rhythm in Monochrome - Korean Abstract Painting , Tokyo Opera City Art Gallery, Tokyo(Group)
2016 Questioning Sustainability, Museum of Art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Group)
2015 L'épistémè of Painting – sky watcher, Gahoedong60, Seoul (Solo)
2012 L'épistémè of Painting – Refurbished, GAAIN Gallery, Seoul (Solo)
2006 GAAIN Gallery, Seoul (Solo)
2003 Gallery Roh, Seoul (Solo)
2002 KUKJE Gallery, Seoul (Solo)
1998 L'épistémè of Painting – 4D Perspective part 2, sai gallery, Seoul (Solo)
Seoul Municipal Museum, Seoul
Busan Metropolitan Art Museum, Busan
Nation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Gwacheon
Artsonje Museum, Gyongju
Artsonje Center, Seoul
Seoul National University, Seoul
British Museum, London
IL MIN Cultural Center, Seoul
SPACE Gallery, Seo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