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사군자
The Unknown noble plants
문이원 Moon Ewon _ Solo Show
Aug 29th - Sep 28th, 2024
"초대합니다."
무더위의 끝을 지나는 시간. 우리 화랑은 문이원 작가의 겨울 풍경을 담은 작품을 선보입니다. 전시 제목은 <신사군자(新四君子)> 전이지만, 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의 모습은 없습니다. 화면을 채운, 이름 모를 들풀들이 사군자(四君子)입니다.
작가는 야생식물 소멸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들풀들이 시들고 사라져가는 모습이 천연 자개 바탕 위에 펼쳐집니다. 소멸하는 들풀을 그린 검은 드로잉과 천연 자개의 무지개 빛 바탕, 이들의 극한 대비 속에서 이미 소멸한 들풀들은 새 생명을 얻습니다. 춤을 추는 듯한 들풀의 흩날리는 움직임과 조각난 자개의 추상성은 지극히 조형적이고, 그 조화는 미묘하고도 절묘합니다. 극히 전통적인 재료를 빌었지만 그 미감은 더할 수 없이 현대적입니다.
언제나 시작은 드로잉 작업의 기반은 철저한 드로잉입니다. 늦가을에서 겨울 중간 즈음이 되면, 야생 식물들은 그 종자를 떨구고 스스로 자연으로 돌아갈 채비를 합니다. 이 때가 작가의 드로잉 시즌입니다. 어김없이 사생도구를 챙겨 길을 나섭니다. 사진이나 영상매체의 도움도 없이. 들풀이 시들어 사그라지는 바로 그 현장에서 그 호흡이 잦아들며 흔들리는 모습을 드로잉에 담아 냅니다. 드로잉은 기본적으로는 작업의 초기과정에서 작품의 밑그림이 되지만, 그 자체로도 관람객의 눈길을 잡아 끄는 매력이 있습니다. 좋은 작품은 좋은 드로잉에서 출발한다는, 평범하나 쉽지만은 않은 그의 원칙에서 조금도 벗어남이 없습니다. 경계를 넘나드는 표현 문이원 작업의 틀이 되는 그의 화폭에 우선 주목해야 합니다. 모양을 갖춘 자작나무 합판 위에 삼베천을 고르게 펼치고 찹쌀풀을 입히는데, 목재를 견고하게 잡아주고 자개가 표면에 단단히 붙도록 하는 과정입니다. 다시 황토를 얇게 칠하며 삼베의 결을 다듬어 줍니다. 그 위에 접착안료를 칠하고, 다시 건조하고, 사포질 하기를 반복합니다. 자개작업에 적합한 균질한 화폭을 만드는 과정은 이런 긴 여정과 큰 열정이 함께 해야 합니다. 이 화폭에 지난 시간의 현장 드로잉을 구현하는데, 여기에 그만의 자개작업이 중심입니다. 자개작업은 까다롭고 긴 시간이 요구되는 지난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문이원의 차별점은 그의 작업의 주된 재료가 자개라는 점 자체에 있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그가 자개를 활용하는 방식이 중요합니다. 전통적인 나전(螺鈿) 기법과는 아주 다릅니다. 전통 방식에서는 자개로 대상을 직접 표현하지만, 문이원은 그가 그리는 대상인 들풀들은 안료로 그리고, 오히려 그 남은 공간을 자개를 붙여 채웁니다. 전통적인 나전 기법을 과감하게 뒤집고 그 틈새를 페인팅으로 접목시켰습니다. 재료선택은 거침이 없고, 표현기법에 주저함이 없습니다. 천연 자개 조각들은 다양한 색감으로 여백을 채웁니다. 자개조각들로 가득 찬 넓은 공간은 어두운 밤 큰 무대의 조명이 되듯 이름 모를 들풀들을 비춥니다. 소멸한 듯 보였던 들풀들은 자개로 채워진 여백의 힘으로 다시 살아나고 이 세계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 여백은 때에 따라 푸른 하늘이나 은빛 강물결도 되고, 겹겹의 산등성이, 밤하늘 은하수 아니면 극지의 오로라가 됩니다. 이미 소멸했다고 생각한 들풀들에게 오롯한 다른 생명을 줍니다. 풍경 속에 담은 생명의 가치 작가는 야생식물의 한살이 중 특히 그 시들어가는 모습에 착안합니다. 마치 들뜬 우리 삶에 일종의 '꺾기'를 시도하는 듯합니다. 들풀을 통해서 우리의 사라짐에 대한 공포와 허무함을 들여다보는 듯합니다. 눈 앞의 젊음과 아름다움은 언제나 끝이 있고, 모든 쇠락과 죽음은 그 전에는 젊음과 삶이었습니다. 타오르는 감정이나 솟구치는 욕망도 그 마지막은 쇠락과 죽음에 양보합니다. 그 끝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하루 하루를 뜨겁게 거침없이 살아가는 것 또한 우리 모습입니다. 들풀은 결국 시들고 사라지지만, 거센 바람, 세찬 빗줄기에 맞서며 척박한 땅을 꿋꿋하게 살아갑니다. 작가는 그래서 들풀들을 사군자(四君子)와 같다고 합니다. “여기서 이 미움 받는 작은 야생 식물들이야 말로 발생한 어떠한 일들에 휘둘리지 않고 자연의 섭리 안에서 최소한의 영양과 최소한의 땅과 최소한의 관심을 먹고도 꿋꿋하게 한 길을 가는 선비와 같게 나는 느낍니다. 그래서 나에게 있어 야생의 식물들은 동양화에서 자주 다뤄지는 사군자(즉, 덕망 높은 학식 있는 군자에 빗대어 추앙 받는 매화, 난, 국화, 그리고 대나무)와 다를 바 없이 여겨집니다.” (작가노트 중 발췌) 야생의 들풀과 문명 속 인류를 함께 바라보며, 일상의 소중함과 생명의 존귀함을 은유하고 있습니다. 작은 것도 큰 것도, 부분도 전체도, 모두 하나의 유기적 움직임이고,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소중한 존재입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들풀과 사람은 하나의 공통 조상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보는데, 이런 관점이 그의 작품에 개입되어 있는 듯합니다. 약 45억년 전에 탄생한 지구에서 약 18억 년 전에 원생생물, 즉 모든 동식물과 균류의 하나의 공통 조상인 세포생물이 태어나고, 여기에서 약 4억 4천만년 전 현재의 솔잎란 비슷한 형태의 최초의 육상식물이 뿌리를 내립니다. 여기에서 각자 다른 환경에서 적응하고 진화하여 그들은 식물이 되고 우리는 인류가 되어 이 세상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어 있습니다. 들풀도 우리와 함께 이 행성을 나누어 구성하는 일부로서 그 존재는 물론 그 살아가는 방식 자체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이들의 죽음, 살아감 그리고 다시 태어남이 지속되어야 한다는 간절함. 그의 작품에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검은 실루엣에 담긴 서정성 차가운 겨울 바람이 때로는 마음을 맑게 해주기도 합니다. 매서운 바람에 마른 풀잎들이 부르는 노래가 바람을 타고 귓가로 전해질 무렵. 황량한 들판, 콘크리트벽 그늘 아래, 아스팔트의 갈라진 웅덩이, 강기슭 모래톱. 스케치북을 들고 그렇게 십여 년 넘게 스케치 여행을 다닙니다. 고요하고 내밀한 자연 속에서 바람과 풀잎이 전하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 세상에서 마지막 열정을 쏟았던 모습 그대로 말라버린 들풀 이파리들. 이들이 그대로 바람에 몸을 맡기고 가벼운 춤사위를 펼칩니다. 이 경이롭고 신비한 순간이 문이원의 화폭에 담깁니다. 마른 들풀들의 춤사위가 아름다운 햇살을 뒤로 하여 펼쳐집니다. 그의 화폭에서는 더 다채로운 햇살들이 검은 들풀들을 아름답게 비춥니다. 들풀들을 둘러싼 자개들은 자줏빛 노을이, 보랏빛 새벽안개가, 쪽빛 바다가 되어, 들풀들의 춤사위에 이야기를 더합니다. 그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는 관객도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어느새 그림멍이 됩니다. 들뜨고 부산한 마음이 차츰 진정되고 평온을 찾습니다. 수많은 색색의 자개조각들은 작품 속 검은 들풀을 비출 뿐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우리 얼굴을 환하게 비춥니다. (글 = 운중화랑 대표 김경애, 2024. 8)
"INVITE YOU" ( Moon Ewon, The unknown noble plants Exhibition) The particularly hot summer heat is finally coming to an end, but WOONJOONG Gallery is ahead of the season with Moon Ewon’s works depicting winter landscapes. The title of the exhibition is . The Four Gentlemen refer to four plants that have traditionally been considered to resemble noble gentlemen in Asia: plum blossoms, orchid, chrysanthemum, and bamboo. However, we do not find these four plants in Moon Ewon’s works. The various unnamed wild grasses that fill the canvas are the Four Gentlemen to this artist. The artist captures the moment of extinction of wild plants. The wild plants wither and disappear on the background of natural mother-of-pearl, which refers to the hard, rainbow-colored inner layer of seashells or abalone shells used in traditional Korean crafts. In the extreme contrast between the black drawing of the disappearing wild grass and the rainbow-colored background of natural mother-of-pearl, the wild grass gains new life. The fluttering movement of the wild grass as if dancing and the abstractness of the fragmented mother-of-pearl are extremely sculptural, and the harmony between them is subtle and exquisite. Although she borrows traditional materials, her aesthetic is incomparably modern. Keeping the Principles of Drawing Her work is based on thorough drawing. Around the middle of fall and winter, wild grasses shed their seeds and prepare to return to nature. This is the time for the artist to draw. She always takes her sketching tools and goes out into the fields. She captures the way the wild grasses breathe and sway in the air, right where they wither and die. Her drawings do not rely on photography or video. The drawings basically serve as the base for her early work process, but they are attractive by themselves enough to catch the viewer’s attention. There is no small deviation from her simple but difficult principle that good works come from good drawings. Bold and Unique Technique First, we should pay attention to Moon Ewon’s canvas, which is the framework of her work. She evenly spreads hemp cloth on shaped birch plywood and coats it with glutinous rice paste, which is a process that firmly holds the wood and allows the mother-of-pearl to adhere firmly to the surface. She then applies a thin layer of yellow clay to clean the grain of the hemp cloth. After that, she applies adhesive pigment, dries, and sands it. This process is repeated several times. The process of creating a uniform canvas suitable for mother-of-pearl work requires such a long period of time and great passion. Prepared field drawings are implemented on this canvas, and her unique mother-of-pearl technique is the core process of this implementation. However, the unique characteristic of Moon Ewon's work is not that the main material of her work is mother-of-pearl. Her mother-of-pearl process is difficult and requires a long time, but her unique method of utilizing mother-of-pearl is even more important. Her method is very different from the traditional Korean technique called najeon (螺鈿). In the traditional method, the main subject is directly expressed with mother-of-pearl, but Moon paints the main subject of her drawings, wild grass, with pigments and fills the remaining space with mother-of-pearl. In this respect, she is evaluated as having boldly overturned the traditional mother-of-pearl technique and grafted painting into the gaps created by this. As she was bold in her choice of materials, she was also not hesitant in her expression technique. Numerous pieces of natural mother-of-pearl fill the blank space with various colors. The wide space filled with mother-of-pearl pieces illuminates the nameless wild grasses like the lights of a large stage on a dark night. The dry wild grasses come back to life through the mother-of-pearl space and become the main characters of her work. This space sometimes becomes the blue sky, silvery river waves, layered mountain ridges, the Milky Way in the night sky, or the aurora of the polar regions. It gives a completely new life to wild grasses that were already thought to have perished. Respect for Life in the Landscape She focuses on the withering of wild plants during their life cycle. This seems to be a kind of 'twist' on our excited and tense lives. The fear of disappearance and emptiness are put into the wild grass. The youth and beauty of today are always heading towards the end, and before decline and death, there has always been youth and life. Even burning emotions and surging desires give way to decline and extinction in the end. We know that we are heading towards the end and that we will all disappear there, but even so, these ever-changing and unstoppable days are also our lives. The wild grass eventually withers and disappears, but it endures the harsh winds and heavy rain and lives on the barren land. This is why this artist compares the wild grass to the four noble plants. “I feel that these hated little wild plants here are like noble scholars who, unaffected by any events that have occurred, have steadfastly walked their own path in nature based on minimal nutrition, minimal land, and minimal attention. That is why, to me, wild plants are no different from ‘The unknown noble plants’, namely plum blossoms, orchids, chrysanthemums, and bamboos, which are treated and admired as virtuous and learned scholars in Oriental painting.” (Excerpt from the artist’s statement) She metaphorically expresses the preciousness of everyday life and the value of life by looking at wild grass and humans in civilization together. Small and large, parts and whole, they are all one organic movement and precious beings that make up this environment. Her work seems to be influenced by the cosmic perspective that wild grass and humans come from a common ancestor. On Earth, which was born about 4.5 billion years ago, a Protist, namely unicellular prokaryotes that are considered the common ancestors of all plants, animals and fungi, were born about 1.8 billion years ago, and the first terrestrial plants, similar to the current psilotales(pine needle orchids), took root here about 440 million years ago. Each of them adapts and evolves in different environments, some become plants, others become humans, and they become part of this world. Wild and civilized are not separate. Wild grasses are also a part of this planet that we share, and their existence and way of living should be respected. The earnestness that their death, life, and rebirth should continue is fully expressed in her work. Lyricism in Black Silhouette When the cold winter wind clears the mind, the song of dry wild grasses colliding with the bitter wind reaches our ears. In a barren field, under the shadow of a concrete wall, in a cracked puddle of asphalt, or on a sandbank by a river. She has been on a drawing journey with a sketchbook in hand for over ten years. She listens to the stories told by the wind and grasses in the quiet and intimate nature. The dry grasses, just as they were when they poured their last passion into this world. They seem to be giving themselves over to the wind and performing a light dance. This wondrous and mysterious moment is captured on Moon Ewon’s canvas. The dance of dry grasses unfolds against the beautiful sunlight. On her canvases, more colorful sunlight beautifully illuminates the black grasses. The mother-of-pearl space surrounding these wild grasses becomes a purple sunset, a violet morning fog, and an indigo sea, adding stories to the dance of the wild grasses. Their stories make viewers stop and look at her works. The viewers stare blankly at her works for a long time. They gradually find calm and peace, free from their excited and busy minds. The numerous colorful mother-of-pearl pieces illuminate the black wild grasses in the work, but they also brightly illuminate the faces of the viewers. Those faces seem to ask the question, “How different am I from these wild grasses?” WOONJOONG Gallery would like to share this special emotion by Moon Ewon’s works with you. Woonjoong Gallery Derector | Kim Kyung Ae Aug, 2024
MEET ARTIST
문이원 Ewon Moon 文履元
Bom in Busan, Korea in 1977.
2024 Course on Ph D. Interdisciplinary Program in Studies of Art, Sungkyunkwan University
2015 MFA 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Canada
2003 MFA Hong-ik University, Korea
2001 BFA Hong-ik University, Korea
Award
2019 Art Support Specialized Project of Seoul Foundation / for Arts and Culture & Amore Pacific
2018 KCCNY(Korean Cultural Center New York)-Call for Artist / 2018 Gallery ParkYoung-Call for Artist / 2008 Song-eun Fine Art Grand / 2006 Song-eun Fine Art Grand / 2002 Joong-ang Fine Art Grand / 2002 UN World Peace Art Grand
Solo Exhibition
8 times including 2021 When a silhouette seizes light, Seolmijae Art Museum, Gyeonggi, Korea
Group Exhibition
Over 150 times including 2019 To Find your own treasure_SECRET STORAGE ,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Cheongju, Korea
Residency Program
2013 Can Serrat , Artist Residency, Barcelona, Spain
Collection
Government Art Bank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rt Bank of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Art Bank, Incheon Foundation for Arts and Culture, Osan Museum of 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