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원 초대전
< 나는 왕이로소이다 >
2021. 10. 29 - 12. 25
양대원, 왕의 풍경, 65.5 x 105.5cm, 2021
"나는 왕이로소이다.”
작가 양대원은 스스로를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를 왕으로 여기라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작가 스스로의 자존감과 주체성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우리 삶에 대한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존중을 담은 담은 표현으로 믿습니다. 화폭에 펼쳐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관람자들 스스로도 그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관람자 스스로 그의 작품에서 동글인이 되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양대원의 최근작들을 앞에서 두고 작가와 관람자들이 우리들 삶에 대한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이 운중화랑 개관 1년 기념전 “나는 왕이로소이다” 展의 바램입니다.
<홍사용과 양대원>
나는 왕(王)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어머님의 가장 어여쁜 아들, 나는 왕이로소이다. 가장 가난한 농군의 아들로서…… 그러나 시왕전에서도 쫓겨난 눈물의 왕이로소이다.
우리나라 근대 시형식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되는 홍사용 시인의 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의 도입부입니다. 운중화랑은 개관 1주년을 기념하여 작가 양대원의 최근 주요 작품을 선보이는 양대원 초대전을 개최하면서, 이 전시를 “나는 왕이로소이다”라 이름 지었습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이 짧은 문장 안에 홍사용 시인이 함축하여 담은 의미가 있을 것인데, 작가 양대원 스스로 자신의 작품세계와 묘하게 맞닿아 있음을 밝힌 바 있습니다.
“나의 작업은 내 삶의 곳곳에 스며 있는 아픔, 사랑, 욕망에 대한 표현이고, 내가 느끼는 인생 전반의 파노라마를 ‘슬픔’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시대를 아우르는 인간 본연의 슬픔은 죽음이라는 거대한 벽 혹은 탈출구 앞에서 삶의 희망을 건져 올리는 기적의 힘을 보여주곤 한다. 예술과 철학의 소용 또는 쓸모가 삶과 죽음의 소통에 있다면 나는 그 슬픔을 들어올려 오늘 이곳에서 삶의 충만을 이야기한다. 홍사용이 산문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에서 그리 했다고 믿는 것처럼.”
작가 양대원 초대전 “나는 왕이로소이다”는 양대원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굳건히 걸어 두었던 빗장을 열고 세상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일종의 소통 프로세스입니다. 양대원의 과거 전시들, “섬”, “중독”, “외출”, “의심”, “눈물”, “밀어” 등과 대비되면서 그가 그의 작품세계 안에서 하나의 혁신을 거치고 있음을 알리는 퍼포먼스이기도 합니다.
과거 전시에서는 고립과 불안의 갇힌 세상에서 밖으로 발을 내딛을지 고민하고, 자신이 만든 섬에 갇혀 있는 스스로를 편하게 받아들이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작가 양대원이 세상을 향해서 “나는 왕”이라고 선언하고, 자신에게도 “나는 왕이다”라고 다짐하는 시간이 이 전시 “나는 왕이로소이다”입니다. 그가 힘차게 열어 제쳐 세상 밖으로 보이기 시작한 그의 보물창고를 함께 감상하며, 그 자신의 왕국과의 무언의 소통을 기대합니다.
<독창성>
그의 화폭과 드로잉 방식 자체가 그의 발명품입니다. 광목천 위에 한지를 6~7겹 층층이 쌓아 붙여 만든 푹신한 표면 위에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고, 이 밑그림을 송곳(針)으로 따라가며 눌러 새깁니다(壓印). 여기에 아크릴 물감을 수차례 엷게 덧칠한 후 아교와 혼합된 토분을 화면 전체에 2~3회 도포하고 부드러운 젖은 천으로 흙물을 가볍게 닦아 냅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송곳 자리와 한지 질감을 따라 흙물이 자연스럽게 흡착되고 자연스러운 요철을 형성하는데, 드로잉에 일종의 상감법(象嵌法)을 적용시키는 것입니다. 그 표면을 식물성 기름으로 부드럽게 코팅함으로써 양대원표 화폭과 드로잉이 완성됩니다. 그가 구축할 세상의 터전을 만드는 일에 그만의 독창성이 번뜩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직물패턴의 대량생산 결과물인 서양의 캔버스와는 출발부터 비교될 수 없음은 물론이고, 다른 한지작가들의 화폭이나 드로잉방식과도 엄격하게 구별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양대원 고유의 화폭과 드로잉으로 인하여 그의 작품은 재질감이나 그 색상만으로도 확실한 차별성을 지닙니다. 온전히 스스로의 노력만으로 만들어 낸 그만의 재질과 방식을 두고 그가 “나는 왕이로소이다” 라고 외쳤다 한들 누가 이를 부정할 수 있을까요.
자연과 삶을 그리다
정확히 계산된 완벽한 밑그림에 기초하여 압인과 흙물을 입히고 닦아 내는 그의 드로잉은 그 자체로 작가적 퍼포먼스입니다. 자신이 발명한 고유한 화폭 위에 그만의 퍼포먼스적 드로잉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의 작업이 충분이 독창적이지만, 더 나아가 그가 여기에 그러내는 전체적인 대상이나 상징 또한 양대원 고유의 것입니다.
화면 전반에 크게 배치되는 찍어낸 듯한 기계적이고 추상적인 드로잉선들과 형상성을 가진 검정 면들은 밝은 황토빛 화폭과 대비되며 극도의 긴장감을 자아내지만, 한편 황토빛 배경도 검정의 형상들도 양대원의 세계에서는 모두 우주이고 자연입니다. 황토빛 배경은 낮이고, 검정 형상들은 어둔 밤일 수 있으나, 그가 그리는 어둠은 보이지 않음에서 오는 두려움을 넘어 무한대로 펼쳐진 자유로움으로 다가옵니다. 양대원의 검정에는 서구의 모노크롬화나 한국의 단색화에서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독자성이 있습니다.
그의 작업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화폭으로 옮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의 작업의 주재료인 겹겹의 한지들과 흙물이 말그대로 자연에서 나온 것입니다. 흙물을 입힌 화폭은 땅이고, 겹겹 한지의 한지는 땅위에 자라는 나무입니다. 그의 작품에서 주인공이자 화자(話者)로 등장하는 그 고유의 동글인은 작가 자신에 대한 메타포일 수도 있고, 세상 모든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동글인은 분명하게 인체의 형상을 가질 때도 있지만, 형상성을 생략한 원의 도형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한글 문자의 기호로 이미지화되기도 합니다. 우리 현실의 모습이 하나가 아니듯이, 작가에게는 다양한 모습의 동글인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표현하고자 무한대의 자기복제와 변형이 허용되는 그만의 특정한 이미지 패턴을 창조해 낸 것입니다. 그는 그가 하고자 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 내기 위한 가장 적절한 도구로서 우리 사람들의 아바타로 기능할 동글인을 구상한 것입니다.
<연극이 되다>
양대원은 그 자신이 살아가는 자연, 그가 속한 세상을 화폭에 담은 것이고, 그 안에 바로 그 자신을 포함한 우리들 모두의 모습을 함께 투영하면서 인간사에 관한 끝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과거 어느 미술조류에도 속하지 않는 양대원의 이야기 세상을 창조하고, 그 세상에서 계속 이야기를 쓰고 있다고 해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그의 작업은 모놀로그 연극과 닮았습니다. 작가가 탄생시킨 주인공(동글인)이 땅과 나무로 화폭에 함축된 그의 세상에서 자신과 타자에 관한 수많은 이야기를 끊임 없이 들려 줍니다. 화폭에서 동글인이 하는 이야기는 작가 스스로 세상을 향해서 하는 이야기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여러 전시에서 섬, 의심, 눈물, 왕 등을 소재로 끊임 없이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운중화랑의 이번 전시도 작가와 동글인이 펼치는, 자신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 마당입니다.
간결하고 과감한 화면구성과 시선을 압도하는 검정색의 이미지도 그의 작품을 연극의 관점으로 보게 하는 요소들입니다. 화폭에 그려진 어항, 계단, 커튼, 식물, 눈물방울 등은 무대에 등장한 실제 오브제와 대치할 수 있으며, 인물과 상징적인 오브제의 적절한 배치로 무대를 구성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회화를 그대로 일으켜 세우면 그것은 그대로 연극의 무대가 되고, 그것이 무대 밖으로 나가면 그와 우리가 함께 사는 세상 자체가 됩니다.
이렇게 그의 작품 하나 하나는 주인공 동글인이 살아가는 파란만장한 파노라마 중 어느 한 컷을 펼쳐 놓은 것으로 보입니다. 그 다음 컷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유발함으로써 고요함 속에 숨어 있는 긴장감을 느끼게 합니다. 그의 작품은 하나의 연극무대를 상상하며 흥미롭게 감상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소통의 장>
운중화랑은 2020년 가을 개관한 이후 네번의 기획전을 가졌습니다. 크고 대단하고 중심에 있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에 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자 하였습니다. 내 집 거실처럼 친근하고 편안한 전시공간이 되고자 하는 운중화랑은 작가 양대원과 동글인의 이야기를 함께 나누기에 아주 적절한 공간입니다.
“나는 왕이로소이다.” 작가 양대원은 스스로를왕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의 작품을 대하는 우리들 모두가 스스로를 왕으로 여기라고 이야기하는 듯 합니다. 작가 스스로의 자존감과 주체성에 대한 표현인 동시에 우리 삶에 대한 사랑과 인간성에 대한 존중을 담은 표현으로 믿습니다. 화폭에 펼쳐진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관람자들 스스로도 그의 작품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함께 그려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관람자 스스로 그의 작품에서 동글인이 되는 그림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양대원의 최근작들을 앞에서 두고 작가와 관람자들이 우리들 삶에 대한 교류와 소통의 장이 되는 것이 운중화랑 개관 1년 기념전 “나는 왕이로소이다” 展의 바램입니다.
ARTIST PROFILE
1966 경기도 양평 출생
학력
1996 세종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서양화전공) 졸업
1993 세종대학교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졸업
주요수상
2005 제27회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제24회 대한민국미술대전 - 비구상부문
2004 제4회 송은미술대상전(송은문화재단) - 미술상
1996 제3회 공산미술제(동아그룹) - 우수상
외 다수의 공모전 수상
주요전시
2021 나는 왕이로소이다, 운중화랑, 경기 성남
2020 황금 눈물, 어반아트, 서울
2019 왕의 속삭임,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9 密語-의심, 어반아트, 서울
2016 密語, 동산방갤러리, 서울
2015 검은별, 갤러리담, 서울
2014 의심-오래된 눈물, 갤러리희, 경남 양산
2013 오래된 눈물, 사비나미술관, 서울
2012 오래된 눈물, Usine Utopik, 노르망디, 프랑스
2010 의심Ⅱ, 동산방갤러리, 서울
2009 10년 전의 일기를 꺼내어, 웨이방갤러리, 서울
2008 의심,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7 서울 화인 아트쇼-한국미술 현장과 검증, 예술의 전당, 서울
제1회 인사미술제-단순과 복잡, 동산방화랑, 서울
2006 푸른섬, 사비나미술관, 서울 가일미술관, 경기도 가평
2004 양대원, 가 갤러리, 서울
2003 난II, 사비나미술관, 서울
2002 난I, 대북 국제예술촌(Taipei Artist Village), 타이페이, 대만
2001 중독, 갤러리사비나, 서울
2000 외출, 금호미술관, 서울
1998 섬II - 제3회 공산미술제 수상작가 초대전, 동아갤러리, 서울
1995 섬I, 청남 아트갤러리, 서울
1993 그림일기, 제3갤러리, 서울
1991 새, 세종대학교 과학관 106호, 서울 외 다수의 그룹전 참가
해외 프로그램
2013 “Sandarbh Artist Workshop”, 인도
2012 “Tâches-Tâches” 국제 심포지움, 노르망디, 프랑스
2012 “With Artist - Usine Utopik”, “Usine Utopik” 레지던시 프로그램, 노르망디, 프랑스
2002 “Taipei Artist Village” 레지던시 프로그램, 타이페이, 대만
작품소장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경기도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경기문화 재단, 송은문화재단, 사비나미술관, 금호미술관, 아라리오미술관, 동산 방화랑, (주)림스코 등